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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 용 보 기

 
[스페셜] 80억 대작 <천군 天軍>의 정체를 밝혀라!
 
   Master  ( Date : 2004-11-23 14:39:53, Hit : 3406, Vote : 530 ) 

박중훈·김승우·황정민·공효진, 저마다 개성하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네 배우가 한 자리에 모였다. 워낙 캐릭터가 뚜렷한 스타들이라 그런지, 언뜻 이들 네 배우의 이름만 들어선 작품의 장르나 성격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들을 한 자리로 불러들인 영화는 신예 민준기 감독의 <천군 天軍>(제작: 싸이더스픽쳐스, 배급: 쇼박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준비 기간에만 3년에 총 제작비 규모는 80억원에 달하는 <천군>은 그야 말로 '블록버스터' 수준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성웅' 이순신과 현대의 남북한 장교라고 하니, 쉽게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과연 <천군>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늘에서 내려온 군대'라는 뜻의 '천군'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신병(神兵)'에 관한 작은 글귀에서 비롯됐다. '왜적의 장수가 무리를 이끌고 종묘에 침입했는데, 밤마다 '신병'이 나타나 적을 공격했다'는 실록의 내용은 영화 <천군>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우연히 신병에 관한 문서를 읽게 됐는데, 이 신병을 우리가 알고 있는 성웅이 아니라 위화된 부분이 제거된 지극히 평범한 이순신의 이야기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해서 시나리오를 썼다"는 민준기 감독은
<천군>을 "재미와 의미"가 동시에 공존하는 작품을 떠올렸다고 했다. 민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은 결국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2005년의 남북한 군인들이 힘을 모아 이순신을 돕는다는 이야기로 탄생하게 된다.

이순신과 현대의 남북한 군인들의 만남……. <천군>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때는 2005년 10월. 남북한은 극비리에 공동으로 핵무기 '비격진천뢰'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비격진천뢰'의 미국 양도가 결정돼 곧 핵무기는 미국의 손에 넘어갈 상황이다. 이에 반발한 북한군 소좌 강민길(김승우)은 남측 핵물리학자 김수연(공효진)을 납치, '비격진천뢰'를 빼돌리려 한다. 이를 알아챈 한국군 소령 박정우(황정민) 일행은 추격 끝에 압록강 유역에서 강민길 일행과 맞닥뜨린다. 때마침 433년만에 지구를 통과하는 혜성의 영향으로 강민길, 박정우를 포함한 11명의 남북한 군인들은 순간 회오리 돌풍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다. 돌풍이 거친 후 이들이 정신을 차린 곳은 433년전인 1572년 조선의 변방 어느지역. 여진족의 침략을 받은 조선의 양민들은 필사적으로 여진족과 맞써는 상황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강민길 일행은 남북한 할 것 없이 서로 힘을 모아 현대식 무기를 앞세워 여진족을 물리친다. 난생처음 보는 무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젊은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이순신(박중훈). 이순신은 그해 신년 무과에 낙제하고 장인을 피해 이곳 변방에 머물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던 차였다. 평소 이순신을 동경해 온 박정우는 좌절감에 한량처럼 지내는 이순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그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한다. 한편 김수연 박사는 연구 끝에 다시 현재로 돌아갈 비책을 찾아낸다.

시간여행을 떠난 현대인들, <천군>은 얼핏 '한국판 <빽투더퓨쳐>'를 연상케 한다. "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물론 이런 영화들을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솔직히 내가 본 대부분의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임에 틀림없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할리우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한다. "<반지의 제왕>의 예고편을 보며 나도 저런 전투 장면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현실적으로 할리우드와 동일하게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 하지만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봐 온 것 이상을 만들어내려 했다." 민준기 감독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렇게 거대한 전투씬에만 동원된 엑스트라의 수만 지금까지 6000여명, 감독은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규모 액션 장면을 <천군>의 최고 자랑거리고 손꼽는다.

3년간의 기획과 캐스팅 과정을 끝내고 지난 7월 28일 드디어 본 촬영에 돌입한 <천군>은 경북 문경 등지에서 2달여의 국내 촬영과 세트 촬영을 마치고, 9월 28일 중국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중국 촬영 계획이 없었다. 국내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압록강 유역과 비슷한 협곡이나 평원 지대를 찾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중국 촬영을 감행하게 됐다.” 민준기 감독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다 보니 중국 촬영 준비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의상에서 무기, 엑스트라, 말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만 찍는다는 것이 무리였기 때문에 중국에 오게 됐는데, 이곳 기상 상황과 날씨까지 예측하지 못했다.” 촬영팀이 찾아낸 곳은 내몽고 지역의 ‘뺘샹 자치구’. 이곳은 개마고원 지대나 압록강 유역과 거의 흡사해 사진만 놓고 보면 북한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고. 하지만 11월 초, 중국 촬영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폭설로 제작진은 하는 수 없이 빠샹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대안으로 찾은 곳은 북경에서 차로 2시간 남짓 떨어진 ‘청시링’. 전봇대가 거의 없는데다, 빠샹과 흡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에 워낙 고생을 해서인지 칭시링에 둥지를 튼 배우와 스태프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 정도다. 11월말이면 중국 쪽 촬영도 끝, 제작진은 여전히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제야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200여명의 현지 엑스트라와 액션 팀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천군>은 영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국내 촬영 부분만을 남겨 둔 상태로 12월말 모든 촬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순신을 연기하는 박중훈의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웅이든 성웅이든 좌절의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라는 민준기 감독의 말이 지금도 가슴에 와 닿는다." 박중훈은 "요새는 내가 어떤 걸 해도 새롭지 않다고들 하는데, 당연하다. 이럴 땐 내가 신인이였으면 한다"며 대중에게 고정화 돼버린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장군' 이순신을 연기할 배우는 나 말고도 많다. 오히려 이번 영화는 영웅의 모습이 아닌 인간다운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에 내가 캐스팅 된 것 같다. 아마 이순신이 '장군'으로 비춰졌다면 난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강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변화의 길목에 선 김승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미와 의미가 함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북한군 장교 강민길 역을 맡은 김승우는 "처음에는 내가 남한군 장교 역할인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결국 <천군>은 그에게 있어 일종의 터닝 포인트와 같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천군>에게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은 대략 두 가지다. 첫 번째는 8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란 점이겠고, 이런 대작 영화가 자칫 가상 역사극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정도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박중훈, 김승우, 공효진 등 출연진들의 그동안의 이미지로만 따져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민준기 감독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천군>에 코믹적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 코미디가 주를 이루진 않는다. <황산벌>의 경우도 분명 코믹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지만 박중훈 자체는 한번도 코미디를 연기한 적이 없다. 우리 영화도 상황이 주는 코미디는 물론 존재할 테지만, <천군>은 분명 진지한 역사극이 될 것이다.”

그런 감독의 변을 반증하듯, <천군>은 올해 말 크랭크업에도 불구하고 7개월 후인 2005년 여름으로 개봉일을 예정 지었다. 그 만큼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겠다는 이야기. 모든 후반 작업 과정이 디지털로 이뤄지며, 특히 대규모 전투 장면과 혜성 장면 등 CG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다.

글 : NKINO 홍동희기자 / 사진 : 류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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