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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 용 보 기

 
[스크린 산책]‘천군’ 박중훈-김승우의 영화와 삶 토크
 
   Master  ( Date : 2005-06-25 03:16:15, Hit : 3082, Vote : 551 ) 

배우 박중훈은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언제나 젊을 것 같은 그가 어느새 불혹(不惑)에 들어선 것이다. 그는 다음 달 15일 개봉할 가상역사 드라마 ‘천군’에서 28세의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과거로 돌아간 북한군 소좌 강민길 역을 맡은 김승우(36)는 지난달 결혼을 해 싱글벙글이다.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통음을 한 뒤) 아침 해를 보고 헤어지는’ 사이가 된 지 벌써 6년째. 2000년 이혼의 아픔을 겪은 김승우에게 박중훈은 길을 이끌어 준 멘토였다. 웃음마저 서로 닮아버린 두 선후배가 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삶과 영화, 그리고 우정을 이야기했다.

○ 나이를 먹고, 연기는 모르겠고
▽박중훈=마흔은 충격이더라. 기분이 묘해. 지난 1∼2년 사이에 난 마흔이 됐고, 영화 한 지 20년 됐고, 결혼 10년이 넘었고, 큰 애가 10대가 됐어.

▽김승우=형은 워낙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자기 길을 가잖아. 그런데 요즘 자꾸 40대가 가야할 정도(正道) 같은 걸 의식적으로 표현하더라고. 나는 서른이 충격이었어. 절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심해야지 했지만 결국 조심하지도 못했잖아.

▽박=올해 들어 생활 패턴을 많이 바꿨어. 1월 1일부터 금주했고 이해심, 인내심도 6개월 사이에 늘었고. 내 입으로 말해서 그렇지만 가정적이 됐어.

▽김=형이 후배들을 덜 만나거나 술을 조금 먹어서 가정적이 됐다는 건 아닌 것 같아. 형 만나면 화제가 늘 가정, 가족이야.

▽박=내가 그랬구나.

▽김=사실 ‘천군’도 형이 있어서 출연하고 싶었어. 그런데 지금까지 안 해봤던 역이라 부담이 됐는데 민준기 감독님이 강민길이라는 이름은 ‘강한 민족의 길’이라는 뜻이라고 말씀하셔서 이해가 됐어.

▽박=나는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 거듭난 것 같지는 않지만 역할이 요구하는 수준은 맞추지 않았나 싶어. 오래한 배우들은 웬만큼 (관객의 마음을) ‘흔들기’ 전에는 잘했다는 소리 듣기 힘들어. 신인 배우는 축구의 스트라이커 같아서 골 넣으면 영웅이지만 중견배우는 홍명보라고나 할까. 막으면 당연한 거지만 골 넣기는 힘들잖아.

▽김=이번 영화에서 형이랑 나랑, 황정민(남한장교 박정우 역), 공효진(핵물리학자 김수연 역) 모두 팀플레이를 잘한 것 같아.

▽박=나는 정민이가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는 뭐랄까. 연기할 때는 신비감이 있어야 되는데, 내가 너를 너무 잘 아니까 네가 연기할 때 저런 심정이겠구나 하는 게 다 보여. 너도 나한테 그럴 테고. 잘했음에도 잘 모르겠는 거 있잖아.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친한 관객까지도 때려 부술 정도로 잘했다 싶은 연기는 최근에 ‘올드보이’ 최민식 형 정도야. 그런데 ‘천군’은 잘 모르겠어. 진짜 몰라서 모르겠어. 요즘 관객들 마음도 모르겠고. 오래 하다 보니 더 모르겠어.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희한해.

○ 안정감을 찾고, 마음은 모으고
▽김=작년에 형이랑 새벽까지 술 먹고 헤어졌는데 아침 11시쯤인가 형이 전화를 했어.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형이 내가 불안해 보인다고, 더 늦기 전에 안정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어. 전화 끊고 나서 하루 종일 멍하더라. 그때까지 새로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더 좋은 연기자의 길을 위해서 안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

▽박=결혼 결정하고 나서 네가 편안해지더라. 네가 좀 극단적으로 민감하잖아. 자신이 괴로우면 그걸 못 이겨서 패닉에 빠지고. 물론 예술가는 불안해야 예술을 하는데 너는 너무 자신을 갉아먹었어. 네가 30대 중반이 훌쩍 넘었는데 결혼도 안하고 혼자 생각만 많으니까 어느 순간 네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했으면 한거야. 결혼 결정했다고 할 때 정말 좋더라. 아기 빨리 가질 생각이라니까 더 좋고.

▽김=형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남자배우들의 중심이야. 불과 4∼5년 전부터 형이 구심점이 돼서 한국 남자배우들 모임을 만들었잖아. 형 아니면 할 사람이 없었어.

▽박=내가 나이에 비해 경력이 길잖아. 실제로 충무로에 영화가 살아있던 시대의 끝 세대고. 안성기 형은 나이에 비해 늦게 시작했고 나는 일찍 시작해서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송)강호나 (설)경구나 한석규 씨는 나이는 비슷한데 나보다 10년 늦게 시작했으니까 공유할 게 적어. 외롭다면 오버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지 하는 경우가 많더라. 후배들이 모이자는 데 공감한 부분은 ‘다 좋은데 우리 너무 외롭지 않느냐’는 거였을 거야.

▽김=2000년 이후로 계속 하는 우리들의 송년회가 좋아.

▽박=그래 신현준 장동건 정우성에 지금은 조인성 강동원까지 오잖아. 처음 나온 인성이, 동원이한테 ‘안성기 최민식 설경구의 연기를 평가해라’, 이런 농담하는 게 즐겁더라.

▽김=사람들은 영화배우들끼리 술 마실 일도 별로 없고 서먹서먹하다는 걸 잘 몰라. 그래서 춘사 나운규 동상 옆에 박중훈 동상 하나 세워줘야 한다니까.

▽박=야, 그거 농담이라고 했잖아.

발췌 : 동아일보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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