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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데이] '불어라 봄바람' 김승우(동영상인터뷰)
 
   Master  ( Date : 2003-09-24 17:00:06, Hit : 3308, Vote : 6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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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 팬클럽에 가입하세요. "

속되는 칭찬이 민망했던지 다소 과장되게 웃으며 김승우가 말했다. 만약 김승우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아마 주저않고 외쳤을 것이다. '그럼요, 가입하겠어요!!' <불어라 봄바람>에서의 김승우의 연기는 그만큼 근사했다.

론 그동안 김승우가 보여준 '밀키 보이' 이미지가 싫었던 건 아니다. 여성 판타지를 그대로 재현한 말랑말랑하고 사려깊은 남자를 어느 누가 거부하랴.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누가 했어도 사랑받았을 그 역할들' 안에는 김승우가 없었다. 지난해 개봉한 <라이터를 켜라>가 십수년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말하는 김승우의 어조에서 그것에 대한 자조를 읽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언할 수 있는 건 댄디함을 훌훌 벗어던진 김승우가 그 어느때 보다도 편안해 보였다는 사실 뿐이다. '카메라 앞에서 말 그대로 놀았다'고 웃어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영화 잘 봤습니다. 사실 시사회 날 김승우씨 앞자리에서 봤는데 엄청 웃으시대요?

그날 신현준씨가 와서 대각선으로 뒤쪽에 앉아 있었어요. 영화를 보는데 그 친구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아주 오래된 친구인데 그 친구가 많이 웃어주는 걸 보면서 ‘아… 내가 코미디 연기를 하는 것을 관객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나 보다’ 싶었어요.

시사회 멤버가 있으신가봐요. 지난번 <나비>때도 오셨잖아요.

있어요. 하하 그때도 함께 갔었죠. 당시 김정은씨가 <불어라 봄바람>에 캐스팅이 된 상태여서 어떤가 하고 보러 간 거에요. (<나비>의 감상평을 묻지 않겠다고 하자 엄청 고마워했다)

<불어라 봄바람> 출연은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라이터를 켜라>가 끝난 다음에 장항준 감독에게 향후 거취를 물어봤더니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고 하더라구요. 제목이 뭐냐고 했더니만 <불어라 봄바람>이라고 하대요. “와, 제목 좋다, 그럼 내용이 뭐야?” 했더니 내용은 없대요. <불어라 봄바람>이라는 제목만 지어놓고 내용은 아직 못썼다고 하더라고요. 책이 나온 다음에 보고 나서 같이 하기로 했어요. 시기적으로는 사실 <역전에 산다> 촬영이 예정보다 늦어져서 못할 뻔했어요. 그런데 장항준 감독이 고맙게도 <역전에 산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어요. 기다려줬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장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에서 훨씬 더 열심히 했어요.

처음 시놉을 봤을 때 '아니, 이런 시대착오적인 영화가 있다니' 하면서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런 말들을 많이 들었고 만약에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한다는 말을 못 들었다면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거에요. 하지만 워낙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즐겁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재주를 가진 감독이라 믿음이 있었어요.

시나리오에서의 선국은 영화에서 보다 훨씬 더 야비하고 나쁜 인물이었다고 하던데요.

인간한테는 누구나 그런 마음이 있어요. 이기적으로 독선적이고 말 그대로 좀스럽고. 시나리오에서는 그런 부분을 최대한 극대화시켰더라구요. 한국 영화, 그것도 남자 여자가 나오는 영화에 과연 남자주인공으로 내세울 만한 인물이냐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는데 장항준 감독은 ‘그래도 김승우가 착하게 생겼기 때문에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마무리만 잘해주면 귀엽게 보일 수 있을꺼야, 나 좀 믿어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밀고 간 거에요.

'나와는 완전히 반대 캐릭터라서 이해보다는 감으로 나갔다'고 말씀하시던데 그 감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솔직히 나 잘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 깔아뭉갤 수 있잖아요. 그리고 순간적으로 내가 잘되기 위해서 거짓말 할 수도 있구요. 그런 생각들을 다 끄집어 내서 과장하면서… 그렇게 했었어요.

<라이터를 켜라>의 봉구나 <불어라 봄바람>의 선국 같은, 경험 밖의 인물들은 어떻게 묘사 하시나요?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상상력이 좀 풍부하잖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분명히 그런 사람이 있어요. <불어라 봄바람>의 경우 기자들에게 ‘정말 이런 사람이 있냐’고 제가 오히려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그런 사람이 있어요’ 하면서 정색하며 말하더라구요. <라이터를 켜라>의 허봉구 같은 경우는 제 안에 분명히 있는 모습이에요. 다만 사람들을 대하면서 보여주지 못했을 뿐인데 카메라 앞이었기 때문에 제 안의 그런 모습들을 끄집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출연한 코미디 영화 중 장항준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는 생각입니다.

저희가 만화 세대에요. 저도 만화를 좋아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저보다 훨씬 만화를 좋아하세요. 그래서 그런지 일반인들보다 한 두 단계 더 과장하는 만화적인 상상력이 뛰어나요. 그래서 찍을 때도 ‘이거 재미있겠다’ 싶어 찍으면 여지 없이 관객들이 좋아하더라구요. 그런 부분에서 저랑 호흡이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처음 <라이터를 켜라> 할 때만 해도 ‘여기서 이렇게 연기해줘’ 라고 요구하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장 감독과 얘기하고 조율이 되서 나간 컷들을 관객 여러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이번에 <불어라 봄바람> 같은 경우는 어떘냐면요, 현장에 나가서 카메라 세팅하고 리허설 대충 한 다음 장 감독이 ‘자 하고 싶은 대로 해’ 라고 말하면 저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장 감독이랑 스텝들은 보면서 막 웃고요. 사실 현장의 스텝들이 저희가 가장 먼저 만나는 관객들이잖아요. 스텝들이 웃느라고 촬영이 지연된 적도 많았어요. 저는 우리들이 그렇게 재미있게 찍은 영화를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얼른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사회 날 ‘안녕하세요 김승우 입니다. 저는 오늘을 기다렸습니다’라고 했던 제 첫 인사도 그런 의미였던 거죠.

카메라 앞에서 말 그대로 ‘노셨’군요. 애드립도 많으셨겠어요. (웃음)

네 정말 실컷 놀았어요. 마지막 김정은씨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사는 전부 제 애드립이었어요. 상황만 장 감독이 줬고 거의 대부분은 제 애드립이었죠.

낭송했던 동물원 시도 애드립인가요?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첨가했죠. 훨씬 더 많은 동물을 제가. (그럼 판다는요? 라고 묻자) 아하하하~ (박장대소하며) 그건 제 애드립. 감독님이 아주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잘난 척 했다 이거지, 판다 가지고. 영화 정말 자세히 보셨군요? 하하

<불어라 봄바람>에서 김정은씨도 정말 잘했지만 저는 개인기보다는 드라마의 호흡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김승우씨가 훨씬 더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개인기가 없어요. 예를 들어 웃긴 표정을 지어줘라, 웃긴 목소리를 내줘라, 웃긴 액션을 보여줘라 하면 저는 보여드릴게 없어요. 코미디 영화를 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게 그거에요. 하지만 활자화 되어있는 시나리오 자체가 웃긴다면, 그 안에다 절실함만 담아서 연기를 하면 관객들을 설득할 힘이 생기거든요. 이번 영화는 보시다시피 시나리오 자체가 재미있어서 저는 절실함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었어요. 그러나저러나 왜 이렇게 칭찬을 많이 해주시죠? 제 팬 클럽에 드세요. 하하하

(웃음) 연기 포인트는 어디에 두셨나요?

장 감독에게 제일 처음 물어봤던 게 ‘직업이 뭐야’ 였거든요. 그랬더니 작가래요. ‘아, 나의 지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 되게 좋아했는데 영화 속에는 직업인으로서의 작가의 모습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요. (웃음) 그래서 뭐 직업에 대한 분석은 불필요했고, 인간의 가장 사악한 마음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아무리 호인이라도 인간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다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제 기본적인 설정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배우로서 모든 씬이 다 사랑스럽겠지만 그래도 베스트 장면을 꼽으신다면?

개인적으로 재미있어 하는 건 샴푸를 한 채 그 동안의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다방으로 달려가는 씬이요, 라스트 씬도 좋았구요. 다방에서 시 낭송하는 장면도 좋았고 택시 안에서의 장면도 좋았고… 맞아요. 말씀대로 제 얼굴이 나오는 씬, 제 얼굴이 나오지 않는 씬 모두가 사랑스럽고 집에서 누워서 생각해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요. 애기들한테 라면 먹으면서 협박하는 씬 있잖아요? 그런 씬들도 사랑스러워요.

사실 댄디한 역할을 많이 연기해오셨잖아요. 특히 <사과꽃 향기>에서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팬들 중 지적인 팬들이 <사과꽃 향기>를 좋아하시더라구요. 하하하

(웃음) 그래서 코미디가 안 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하시더군요. 하지만 <신장개업>에서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과욕이 있었죠. 사실 코미디 연기를 잘 못 할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때는 단순하게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출연 배우도 코믹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욕심을 많이 부렸죠 머리도 파마하고. 목소리도 제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그렇게 개인기가 없는 연기자가 개인기를 하려고 노력했었어요 시나리오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그 안에서 절실함을 갖고 연기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던 게 패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연기 지평을 넓혀 보겠다는 욕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네, 좀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보자 하는 생각들이 있었죠. 하지만 <신장개업>을 하고 나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개인기가 아니라 절실함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라이터를 켜라>에서 보면 제가 개인기가 있었나요? 그냥 2시간 동안 라이터만 찾으러 뛰어다닌 거잖아요. 그 자체 만으로도 관객들은 웃어주고 저에게 분에 넘치는 박수를 쳐 주셨어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일류와 삼류 인생들을 연기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당신의 양면에 전혀 거부감을 갖거나 혼동하지 않습니다.

너무 칭찬하시는 거 아니에요? 하핫. 글쎄요, 칭찬을 받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부담스럽고 민망해요. 분에 넘친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하지만 예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만들어진 인물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들어서 편안해 보이는 제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받았던 사랑은, 그런 역할을 하면 누구나 다 받았을 사랑이에요. 여성들이 좋아하는, 만들어진 인물을 연기했기 때문에 그 당시 받았던 박수는 누가 연기했어도 받았을 박수였다는 거죠. 요즘 여러분들 쳐주시는 박수는 저를 제법 편하고 만만하게 생각해서 쳐주시는 박수구나 하는 생각이에요. 예전에는 남자분들이 저를 별로 안좋아했었어요 자기 여자친구들이 나를 좋아하니까. 하지만 요즘은 남자분들이 편하고 만만하게 대해주시더라구요.

그럼 시나리오는 그런 캐릭터를 중심으로 고르시나요?

네, 아무래도 편하니까. 예전에는 내 판단 하에 시나리오를 결정했었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옛날엔 내가 하고싶은 것만 했었는데 요즘은 많이 신중해졌어요.

연기자로써 전환점이 있으셨다면?

<라이터를 켜라>에요.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 작품으로 ‘와 김승우가 코미디를 하네’ 하는 얘기를 듣고 박수를 받았어요. 그 작품 이후로 연기하는 게 훨씬 더 편해졌어요.

충무로에서 도는 시나리오의 대부분이 코미디 영화인데 배우로써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게 아쉽진 않으신지요.

그래서 <라이터를 켜라>가 제 연기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거에요. 지금 코미디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마당에 제가 <라이터를 켜라>를 하지 않았다면 제 연기 인생이 힘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코미디 영화 안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래서 <불어라 봄바람>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가 코믹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요. 지금 코미디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그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차기작으로 멜로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코미디가 주가 아닌 영화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아직 결정이 난 건 없지만, 결정이 되면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 뵐 생각이고. 이렇게 말해놓고 코미디 영화를 또 할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주류기 때문에. (웃음)

인터뷰, 정리| 조영주 gobayasi@joyc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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